시작하죠.
자신이 알던 델즈베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를 오갑니다. 지금껏 수없이 마주했던 서른 남짓한 이들이 아닌, 모르는 얼굴이 가득합니다.
알 방도가 없습니다, 008의 머릿속에서 의심과 불안 같은 것이 서서히 피어오릅니다.
008은 011을 찾기 위해 온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008이 완벽한 도시에서 깨어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발신인은 011이군요.
[내일 시간 있어?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싶은데.]
휘몰아치는 감정을 하나 둘 갈무리하고, 008은 011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합니다.
The Choice: 문자에 답장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 자유로운 RP 가능합니다.
셰나 누네즈: (화장대 앞에 앉아 한참이나 화면을 들여다봤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연락을 한다고. (인상을 구긴 채 중얼거리다 말고 답장을 보냈다.)
[그래.] [어디서.]
진 리드포드: (참 당신다운 답장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온다.) [ 내일 아침에 집 앞으로 갈게. ]
셰나 누네즈: ... (다시금 돌아온 대답에 눈동자를 굴렸다. 그저 문자의 내용을 한 글자씩 눈에 새기는 것도 잠시, 마저 답장을 마치며 화장대 위로 휴대 기기를 엎어 두었다.) [기다릴게.]
008은 011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서서히 수마에 빠져듭니다.
다음날 아침, 008은 다시 문자를 받습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어제의 수신 기록을 살펴 보아도 그대로입니다.
The Choice: 문자에 대한 반응과 이후 행동은 자유롭게 RP 가능합니다.
셰나 누네즈: 무슨...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시 문자를 확인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브를 대충 걸쳐 입고 집 밖을 나섰다.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 리드포드: (텅 빈 시선을 고요히 땅에 내리깔고 있다가, 문득 울린 진동에 전화기를 확인했다. 그립고 그리웠던 이의 이름이다.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벌써부터 뇌리를 흔든다. 아니, 이 시점까지 온 이상 번복은 없어야겠지. 그리 생각을 다잡으며 전화를 받았다.) 응. 나야.
셰나 누네즈: 진 리드포드.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 이름만큼은 단 하나의 지체 없이 잇새로 새고 마는 것이다. 입구까지 걸음이 닿았을 때, 부러 휴대 기기를 붙잡은 손에 힘을 실으며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정확하게는, 너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집 앞이야.
진 리드포드: 응, 셰나. 나 여기 있잖아. (당신의 그 노력이 무색하도록 찾기 쉬운 곳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자 보인 얼굴에 잠시 굳었다. 이내 형언할 수 없는 감정,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리움이 꾹꾹 눌려 일그러진 낯 비슷한 것을 한 채, 당신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검은 가방을 쥔 오른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잘 지냈지. 별 탈 없었고?
셰나 누네즈: (어떠한 반응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래도록 말 없이 그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여전히 귓가에 닿아 있던 휴대 기기를 내리면서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한 달. 기껏해야 한 달이고 길어 봤자 한 달인 시간이었다. 억지로 질책하려던 것을 억누르며 시선을 맞췄다.) 네가 공백 동안 열다섯 번이나 죽었던 게 아니라면, 그래. 별 탈은 없었네. 너는.
진 리드포드: (그 시선에 응답하듯 담담히 당신을 마주한다. 이 얼굴을 그리 보고 싶어서 어찌나 애가 닳았던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음이다. 휴대폰 화면을 향해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이내 먼저 전화를 끊었다. 뺨이라도 한 대 때려 줬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걸, 당신은 여전히 쌓인 것들을 억누르기만 한다. 그래서 당신이고, 그래서 사랑했었다.) ... (이대로 가만히만 있으면 온갖 회상들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올리고 잔 웃음소리를 냈다. 애써 눈을 접어 웃어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이틀에 한 번이라니, 취급이 너무한 거 아냐. 그냥 좀 바빴어. 그게 다야.
셰나 누네즈: 말도 없이. (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음성이었다. 단 하나의 의심도 않고 사랑한 그 눈빛이며 그 웃음에 압도당한 것처럼, 으레 그랬듯이 모르는 체 넘겼다. 이제 와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 짧게 입꼬리를 당긴 채 그의 미소를 두 눈에 새기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들어가서 얘기해. 너 주려고... ... (말을 끊었다.) 안 그래도 커피 내리는 중이었어.
진 리드포드: (당연한 일이지만, 당신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시렸다.) 미안해.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이런 이야기를 담담히 내놓는 것은 퍽 익숙한 경험이 아니었으나 오늘만큼은 솔직해져야 했다. 자신도 당신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한 치의 미련도 남겨 두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미약한 웃음기를 머금은 낯으로, 당신 특유의 그 미소를 가슴에 각인시켰다. 고르고 고르다 거절의 말을 내뱉는 입술은 바짝 메말라 있었다.) 아니. 커피는 괜찮아. 준비해 준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딱히 뭘 마시고 싶진 않아서. (물 한 모금만 마셔도 전부 게워내고 말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당신 앞에서만 한없이 나약해지고야 마는 스스로를 다시금 실감한다.) 대신..., (고개를 살짝 모로 기울이며 말꼬리를 길게 끌다 덧붙였다.) 좀 걸을까. 같이. 오는 길에 보니까 떠들썩하던데.
셰나 누네즈: 네가 사과할 일 아니야. 그래도 이어지는 말은 듣기 좋네. ... 보고 싶었어. (귓불을 매만지며 시선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마주쳤다. 평소와 달리 여유를 보이지 않는 모습에 의아함을 품었으나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진 리드포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 자신의 때가 오거든 이야기해 줄 것이라는 맹신이 있는 사람. 믿기에 묻지 않아도 편안했고 그런 면모를 감히 사랑했다. 거절의 말에도, 달리 하는 제안에도 대답 않고 눈썹 한쪽만 들어 보이다 그의 곁에 나란히 선 것으로 대신 답했다. 그가 쥔 가방에 시선을 한 번 주고 말았다.) 뭐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안 들은 걸 수도 있고.
진 리드포드: (사과할 일이 아니라니. 전부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네. 쓰디쓴 기색을 애써 감추며 작게 웃었다.) 그 말도 듣기 좋네. (제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묻지 않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신뢰의 표시이며 배려인지 모르지 않았다. 다만 당신의 그러한 태도에서 이따금 자신은 두려움을 느끼고야 마는 것이었다. 감춰야 할 것들마저 이미 읽힌 것만 같은, 그런 근거도 없고 확실하지도 않아 막연하기만 한 불안감.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당신의 그 뭐든지 알고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가 아팠다. 동시에 사랑스러웠다. 말없이 옆에 다가서 준 당신에게 큰 망설임 없이 자유로운 쪽의 손을 내밀었다.) ... ... 아. 이거.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려 하려 했건만. 가방을 세게 쥔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이내 한숨을 내쉰다. 단념의 의미였다. 죄라도 진 사람처럼 순순히 가방을 열어 안에 든 것을 꺼낸다. 차가운 금속성의 물체를 잡자 정신이 번쩍 드는 듯했다. 눈을 감고 숨을 내쉰다. 다시 눈을 떴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것을 당신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고 한 박자도 당신에게 내어주지 않은 채, 더없이 건조하게, 몇 번이고 연습했던 바로 그 문장을 읊는다.)
해가 지기 전까지 나를 죽이지 않으면, 이 세계는 멸망할 거야.
셰나 누네즈: (농담도, 라고 얼버무리기엔 나는 너를 지독할 만큼 알았다. 단지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죽음에 길들여지는 과정은 내키지 않았고, 결국 해석만을 내놓기를 바라며 형용과 수사를 절제하는 관계인 동시에 한 달만에 나타나 한다는 말이 고작... ... 손바닥 안에 든 것으로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 갔다. 이렇게 감정에 의해 낯빛을 구기고 일방적인 요구를 건네는 네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사고회로를 말소시켰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무언가를 탓하거나 은연중에 자책에 빠질 일도 없을 테니.) ... 스스로 해. (굳은 입술에서 겨우 뱉어 낸 한 문장이었다. 그러자 참지 못 한 원망이 목끝까지 닿아 올랐다. 모호하게 구긴 인상으로 그와 똑바로 시선을 맞췄다. 집요하게 시선을 따라 쫓기도 했다.) 난 널 죽이지 않아.
진 리드포드: (농담 따위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당연히도 그러했다. 그러나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를 더욱 비참하게 할 뿐이었다. 총을 쥔 당신의 손바닥을, 텅 빈 시선이 훑고 지나간다.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며 답한다. 저를 쫓아오는 시선이, 애매하게 구겨진 낯이, 아팠다. 지독히도 아팠으나 당신의 눈을 피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어. ...그래도, 들어. 이 세상은 오늘 해가 지는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멸망해. 그러니까 그 원인인 나를 죽여야 해. 그리고 난 그게..., 당신이었으면 좋겠어. 당신 말고 누구한테 내 목숨을 내주겠냐고.
알아, 이기적이라는 거. 하지만 어차피 사과는 늦은 것 같으니까 안 할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 아냐. 틀려?
당장 죽이라는 건 아냐. 아직 시간은 남아 있잖아. 일단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같이 시간이나 좀 보내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셰나 누네즈: (반대쪽 손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고 당겨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잘 들어, 진. 난 너를 두 번씩이나 죽이고 싶지 않아. 하기 싫다고. ...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절대 번복은 없을 테니 그렇게 알아. (그럼에도 그 번뇌는 가라앉았다가 또다시 불현듯 찾아올 것이다. 냉정히 말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모순으로 점철되어 묵인할 수 없대도 나는 그를 사랑한다. 짐짓 비탄이 섞인 눈빛으로 그의 회색 안광을 느릿이 살피다 손을 놓았다. 한 걸음 거리를 두고서야 기가 차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다가도, 곧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길 반복했다. 지독한 객관을 버리게 만든 게 너였으니 나 역시 너에게만큼은 이성적일 수가 없다.) 생각하는 동안 내 입에서 빌어먹을,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 ... 아침부터 초전박살을 내고. 이래서 살인마 양반들은.
진 리드포드: (버텼으면 끌려오지 않았을 것이나 그러지 않았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침착함을 유지하던 눈동자가 얕게 동요했다. 몇 차례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셰나. 난..., ... ... (입술을 몇 차례 달싹이다 낮게 한숨을 내쉰다.) 나도 알아.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지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도, 그래도 일단 그 총은 가지고 있어. 부탁할게. (지는 태양과 함께 멸망해 가는 세계. 당신과 자신이 마주하게 된 현실만 아니었다면 퍽 미학적으로 아꼈을 주제였다. 붙잡지 못한 손과 벌어진 거리, 현실은 잔인했고 간신히 붙잡은 이성은 위태로웠다. 그러나 마냥 눈만 감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당신의 모든 순간을 눈에 새겼다.)
... (일단 지금은 그 어떤 말을 꺼내기도 이른 시점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을 되짚으며 차분히 숨만 골랐다. 비탄이 섞인 갈색 눈동자를 애써 외면하며 입 안의 여린 살을 꽉 깨물었다. 당신이어야지. 나를 이리 동요하게 하다 못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버린 것도 당신이니만큼, 그 마지막을 가져가는 것도 당신이어야지. ...꽉 메인 목구멍 사이로 나오지 못한 말이 많았다. 당신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 말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노력은 해 볼게. 장담은 못 해.
(작게 숨을 뱉으며 실소한다.) 미안하게 됐어. 그래도..., 그래서 싫어? (천천히, 약간의 거리를 사이에 둔 당신을 바라보며, 어쩐지 평소보다 힘 빠져 보이는 기색으로, 떠들썩한 축제가 한창일 거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The Choice: 셰나 이성 체크하고 심리학 롤 굴려주세요,
셰나 누네즈:SAN RollValue: | 50/25/10 |
Rolled: | 7 |
Result: | Extreme |
Psychology RollValue: | 30/15/6 |
Rolled: | 45 |
Result: | Fail |
The Choice: 011은 태연해 보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대수냐는 듯, 008이 알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011이 이끄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점차 늘어납니다.
커다란 현수막이 걸린 거리에 들어서자 음악 소리와 함께 그리운 소음이 그들 주변을 에워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내는 불협화음이 어쩐지 거슬리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 보면 다양한 가판대와 체험관이 눈에 띕니다. 북적거리는 것 역시도 축제의 즐거움이겠지요.
011의 말이 귓가에 눌어 붙어 조금씩 흘러내리는 가운데, 푸드트럭과 핀볼 부스, 다트 부스와 기념품 판매점, 포토존과 중앙의 거대한 나무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The Choice: 자유롭게 이동 및 RP 가능합니다.
셰나 누네즈: (싫을 리가. 대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을 물어오는 그를 향해 덤덤하게 입꼬리만 당겼다. 줄곧 여유를 손에 쥔 것은 당신이었는데, 여과 없이 감정을 배제하지 않는 그에게서 어쩌면 작으나마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권총을 뒷주머니에 욱여넣고서야 주변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를 그리워하고 너를 찾는 사이에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만 했다.) ... (사람들 사이에서도 묵묵하게 그의 등 뒤를 따라 걸었다. 시간을 좀 보내긴 해야지. 그래, 그런데 어떻게? 이다지도 낯선 일이 없었다. 짧게 고민하다가 앞장선 그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세웠다.) 이리 와.
진 리드포드: (그제야 작게 웃음짓는다. 그래, 그거면 됐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것은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한 조급함과,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는 결심은 그 자신을 솔직하게 했다. 먹구름이 다소 물러간 낯을 띤다.)
(삼십 일간 변한 도시의 광경이라거나 축제 분위기에 젖은 사람들 따위에서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으나, 잠시 정도는 이 분위기에 취한 셈 치고 마냥 행복에 젖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 저답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 당신이 여전히 뒤에 있는지 살피며 걷기도 잠시, 맞닿아 오는 손에 몸을 휙 돌려 당신을 마주했다. 피부를 타고 전해져 오는 온기는 언제나 그랬듯, 기분이 좋았다. 성큼 걸어 당신과의 거리를 좁힌다.) 응. 왔는데. (미소했다.)
셰나 누네즈: 생각해 보면 같이 사진 한 장 남겨 본 적이 없잖아. (늘 그렇듯 그의 냉기 어린 손에는 제 손가락을 얽어 온기로 감쌌다. 인파가 넘치는 거리에서 마주 바라보며 화답하듯 입꼬리를 당기다, 이내 텅 빈 손을 들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이토록 평범하고 안정적인 것은 우리에게 걸맞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여상한 미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이끌고 포토존을 향해 걸었다.) 괜히 손 놓고 길 잃지 마.
조금 걸어가자 꽃밭 한가운데 잘 꾸며진 포토존이 있습니다. 제법 예쁜 풍경입니다.
008과 011이 근처에 다가서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옵니다.
직원: “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사진 찍어드려도 될까요? ”
직원은 연인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해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진 리드포드: 괜찮은 생각이네. (어울린다라. 시답잖은 입발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듣기 나쁘지 않다. 직원을 한 번 보고, 그를 한 번 보았다. 맞잡은 손을 더 강하게 붙들며 답했다.) 좋죠.
직원: " 꽃받 한가운데 서 계시면 제가 찍을게요! "
셰나 누네즈: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데엔 익숙하지 않아서 나가려다가 붙잡힘.) ... (진이랑 시선 마주치고 꽃밭 한가운데로 걸어감.) 진심으로?
진 리드포드: (그 모습에 작게 키득댐.) 왜, 한 번쯤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잖아.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지, 뭐. 말릴 사람도 없고. (꽃밭 한가운데에 섬. 요란한 꽃들에 정신이 산란하다...)
진 리드포드:Luck RollValue: | 80/40/16 |
Rolled: | 32 |
Result: | Hard |
셰나 누네즈:Luck RollValue: | 60/30/12 |
Rolled: | 85 |
Result: | Fail |
The Choice: 직원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건넵니다.
직원: " 저녁에 불꽃놀이를 하니까 그때도 사진 찍으러 오세요! "
The Choice: 직업정신이 투철한 직원은 마지막까지 홍보 멘트를 날리고 사라집니다.
하얗던 종이가 서서히 그들의 모습으로 물들어 갑니다. 이런,
008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사진이 찍힌 것인지 눈을 감은 채네요.
셰나 누네즈: (웃는 진 리드포드 봄.) (안 봄.) 너 잘 나왔으니 됐어. 예쁘네.
진 리드포드: 풉, 푸흡, ... (안 웃으려고 애써 끅끅댐.) 사진 찍는 거 처음이야?
셰나 누네즈: 설마 처음이겠어. (한 손에 쥔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키면서도 맞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너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나 봐. (그러고는 옅게 미소 짓고서 그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데. 이제 뭐 할까.
진 리드포드: (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당신에게 고정된 채다. 눈을 접어 미소를 띤다.) 눈 감은 모습도 예쁘니까 됐지 뭐. (고개를 살짝 모로 기울이고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슬슬 뭐 좀 먹을까? 배 안 고프면 말고.
셰나 누네즈: 낭만적인 말도 할 줄 알고. (눈썹 한쪽만 들어 보이다가 말았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하고는 푸드 트럭으로 걸음을 옮겼다.)
솜사탕이나 와플 같은 간식거리부터 커피 등의 음료, 그리고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식사류의 음식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줄이 길어 조금 기다려야할 것 같습니다.
푸드트럭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자, 앞 쪽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The Choice: 듣기나 관찰 롤 굴려주세요.
셰나 누네즈:Spot Hidden RollValue: | 75/37/15 |
Rolled: | 21 |
Result: | Hard |
진 리드포드:Spot Hidden RollValue: | 70/35/14 |
Rolled: | 52 |
Result: | Success |
The Choice: 진은 안 굴려도 됩니다. (...)
(진 머쓱포드가 되었다.)
행인1: " 또 지진이래? 거기 지난 번에도 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잖아. "
행인2: " 그러니까... 원래 그런 일이 한 번도 없던 지역이었는데, 세상이 말세야. "
The Choice: 앞 쪽에서 줄을 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최근 이상할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셰나 누네즈: 지진 이야기도 처음 듣는데. (잠시 생각함.) 뭔데 저래?
진 리드포드: ... ... (표정이 확연히 어두워진 기색이었다. 쓰게 입을 다시고 간신히 몇 마디를 뱉는다.) 말했잖아. 이 세상이 진짜로 망해간다는 징조지, 뭐.
셰나 누네즈: 나만 모르는 건지, 내가 세상 소식에 둔한 건지. (천천히 그의 안색을 살피고는 시선을 거뒀다. 줄이 줄어들 때까지 달리 말이 없었다.) 고작 재해 몇 번으로 그런 생각 마.
진 리드포드: ... 글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내려놓았다. 차분하고 담담한 음성으로 답했다.) 아니, 고작 재해라 할 게 아니야. 이건... ...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다. 말을 돌려 아까의 화제를 상기시켰다.) 여전히 나를 죽일 마음은 안 들고. (물음조였다.)
셰나 누네즈: (에스프레소와 모카 프라페를 주문하고서 정면만을 응시했다. 여기까지 오며 죽음이란 단어가 대체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지, 도통 수를 세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손마디로 눈가를 꾹 누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나도 너 죽는 건 이제 지겨워.
진 리드포드: (나온 에스프레소 잔에 설탕 시럽을 두 번 넣어 당신에게 건네고는 프라페를 집어 들었다. 건조한 입술을 축이고 천천히 말을 골랐다.) 알지, 나도. 하지만 당신밖에 없다는 걸 알잖아.
...좀 더 생각해 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금방 화제를 돌렸다.) 또 어디 가 볼까.
셰나 누네즈: 네게는 내가... (이내 말을 끊었다. 덧붙이려던 입술이 작게 움직이다가 말았다. 다시금 손을 붙잡고 힘을 주다가 다트 부스를 향해 걸었다.) 좋아할 것 같아서.
다트게임 부스가 있습니다. 다트 다섯 개를 던져 풍선을 맞추면 맞춘 수에 따라 경품을 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옆 면에 경품 목록이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나갔나요?
(핸드아웃 보입니다.)
" 오, 이런 것은 내 계획에 없었어요. 잊어 버리세요. 008. "
... 있어서는 안 될 글씨가 보인 것 같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사라져 있습니다.
008은 011에 시선을 주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인지 별 반응이 없습니다.
셰나 누네즈: (잠이 부족했나. 연신 커피를 목 뒤로 넘기며 경품 목록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 ... 네가 좋아할 만한 건 없지.
진 리드포드: (무슨 일 있냐는 시선으로 잠시 당신을 응시하다 말았다.) ... 당신도. 그래도 재미 삼아 한 번 해 보는 건?
셰나 누네즈: 재미 삼아서 다섯 개만. (장난스레 말하고는 직원을 찾았다.)
The Choice: 직원이 다가와 다트를 다섯 개 씩 건네줍니다. 판정은 하나 당 손놀림이나 행운 롤 한 번으로 간주합니다.
셰나 누네즈: (다트 받고 진지해짐.) (알 수 없는 오기 생겨서 가볍게 하나 던져 봄.)
Sleight of Hand RollValue: | 55/27/11 |
Rolled: | 32 |
Result: | Success |
셰나 누네즈: ... (뭔가 민망해짐.) (하나 더 던지면서 말함.) 아직 해 떠 있지.
Sleight of Hand RollValue: | 55/27/11 |
Rolled: | 45 |
Result: | Success |
The Choice: " 보통 두 개 연속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시네요. 웬 일이에요, 이러다 처음으로 대형 인형 따 가시겠는데요? 대박이다, 정말. "
직원은 호들갑을 떨며 응원했다.
진 리드포드: 보면 알잖아, 아직 시간 있어. (어깨 으쓱함.) 재주도 좋네. 알고 보니 재능 있는 거 아냐?
셰나 누네즈: (호들갑 떠는 직원 봄.) (안 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별 일 없을 거야. (세 번째 다트 던짐.) 칭찬하면 못 할 텐데.
Sleight of Hand RollValue: | 55/27/11 |
Rolled: | 19 |
Result: | Hard |
직원: " 어우, 선수하셔도 되겠는데요? 다트에도 선수권이 있는 거 아세요, 손님? 거기 나가게 되시면 꼭 저희 가게 홍보해 주셔야 돼요, 약속 했어요. 저랑. 꼭 해주시기예요! "
진 리드포드: (다트 직원... 극한직업이던가?)
셰나 누네즈: (차마 무시할 수는 없어서 미소만 지어 줌.) (네 번째 다트 던짐.)
Sleight of Hand RollValue: | 55/27/11 |
Rolled: | 48 |
Result: | Success |
직원: " 우와, 대박이다, 정말. 이게 맞을 확률이 생각보다 낮거든요? 현역이신 거 아니죠? 대박이다, 정말. 웬 일이야, 대단하세요! "
셰나 누네즈: (슬슬 사진은 뭐가 문제였는지 고민하기 시작함.) ... (별 말 안 하고 마지막 다트 던짐.)
Sleight of Hand RollValue: | 55/27/11 |
Rolled: | 87 |
Result: | Fail |
... ... ... ... ... (문제 생겨서 심란함.)
진 리드포드: (안 웃으려 노력하면서 토닥여 줌.)
직원: (셰나가 실패하자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인형 목록을 보여준다. 토끼, 호랑이, 강아지, 사슴 등의 인형이 있다.) " 이 중에서 고르시면 되세요, 손님. 한 번 더 해보시면 다섯 개 성공하실 것 같은데 한 번 더 하시겠어요? "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다트 다섯 개를 보여준다.)
진 리드포드: (직원이 일을... 참 잘하는데... 눈빛이 묘하게 거슬림. 실수인 척 슬쩍 밀침.)
셰나 누네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외면함.) (호랑이 인형 집어서 보여 줌.) 너 닮았지.
진 리드포드: (호랑이 봄.) (봄.) (봄....) ... ... 어디가? (도무지 모르겠음.)
셰나 누네즈: 귀여운데. (바람 빠지듯이 웃고는 직원을 쳐다봤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직원: "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 (잠시 울상이었던 직원은 금세 활기차게 손을 흔들었다.)
진 리드포드: ... 농담도. (잠시 시선 빼앗겼다가 정신 차림.)
셰나 누네즈: (그의 품에 인형을 안겨 주고는 핀볼 부스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입꼬리를 당겨 미소 지은 채였다.)
진 리드포드: (어디가 귀여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형을 조심스레 품에 안고서 그를 뒤따라갔다.)
가판대 옆에는 코인을 넣고 시도할 수 있는 핀볼 머신이 있습니다. 적당한 금액의 상품권이 경품으로 걸려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옆에 놓인 라디오에서 노이즈가 심한 음성이 잘게 흘러나옵니다.
The Choice: 셰나 듣기나 관찰력 롤 굴려주세요.
셰나 누네즈:Spot Hidden RollValue: | 75/37/15 |
Rolled: | 43 |
Result: | Success |
" 지구에 근접해오는 소행성이 관측되어... 충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빠른 시일 내에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안으로... "
The Choice: 음성의 일부가 끊겨 전체 내용은 들리지 않습니다.
셰나 누네즈: ... ... (코인을 넣으려던 손이 멈췄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그 내용을 상기했다. 소행성, 충돌, 파괴... ...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들려 오니 머리가 아픈 지경이었다. 애써 짜증이 난 기색을 감추고는 마저 코인을 넣었다.) 해 봤어?
The Choice: 핀볼은 손놀림이나 민첩 롤로 판정합니다.
진 리드포드: (한 손에 호랑이 인형을 쥔 채 당신에게 시선을 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응시하기만 한참, 무언가 말하려 입을 달싹이다 말았다.) ...아니, 처음인데.
셰나 누네즈: 과거가 다시 새삼스러워지네. (길게 입꼬리를 당겨 그의 시선에 응하다 핀볼 부스 앞에 섰다.)
DEX RollValue: | 75/37/15 |
Rolled: | 16 |
Result: | Hard |
The Choice: 1700점 획득, 한 번 더 롤 가능합니다.
셰나 누네즈:DEX RollValue: | 75/37/15 |
Rolled: | 32 |
Result: | Hard |
The Choice: 1700점 획득, 한 번 더 롤 가능합니다.
셰나 누네즈:DEX RollValue: | 75/37/15 |
Rolled: | 44 |
Result: | Success |
진 리드포드: ...못하는 게 없는데? (진심으로 감탄.)
The Choice: 1000점 획득, 게임이 종료됩니다. 총점 4400점입니다.
셰나 누네즈: 아무래도 이런 쪽을 알아볼 걸 그랬나 봐. (본인도 놀랐지만 티 안 냄.)
The Choice: 진도 해볼 수 있습니다.
DEX RollValue: | 85/42/17 |
Rolled: | 37 |
Result: | Hard |
The Choice: 1700점 획득, 한 번 더 롤 가능합니다.
진 리드포드:DEX RollValue: | 85/42/17 |
Rolled: | 52 |
Result: | Success |
The Choice: 1000점 획득, 한 번 더 롤 가능합니다.
진 리드포드:DEX RollValue: | 85/42/17 |
Rolled: | 23 |
Result: | Hard |
The Choice: 1700점 획득, 게임이 종료됩니다. 총점 4400점입니다. 이정도면 운명이네요.
셰나 누네즈: (둘 다 44로 시작하는 게 마음에 안 듦.) (손 잡고 나옴.)
진 리드포드: ... (숫자 똑같아서 혼자 기분 좋아함.) (손 잡고 따라 나옴.)
The Choice: 이제 기념품 판매점과 중앙의 나무가 귀여운 연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 리드포드: 기념품 먼저 보고 갈까. (호랑이 인형 우악스럽게 붙잡은 손 손가락 들어 가리킴.)
셰나 누네즈: (고통받고 있는 호랑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먼저 앞장섰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니 뭐라도 챙겨서 보내야겠네.
진 리드포드: (눈치 보다 좀 다정하게 감싸안아봄.) 오늘이 지나면 날은 없다니까 그러네. 잊지 마, 해가 지면... ...
셰나 누네즈: (듣는 척도 안 하고 기념품 판매점으로 들어감.)
형형색색의 풍선이 달린 가판대입니다. 놀이공원에서 흔히 팔 법한 기념품과 인형, 머리띠나 악세사리 등을 팔고 있네요. 그 앞으로는 신문과 잡지가 여러 권 꽂혀 있는 매대가 있습니다.
The Choice: 셰나 관찰력 롤 굴려주세요.
셰나 누네즈:Spot Hidden RollValue: | 75/37/15 |
Rolled: | 70 |
Result: | Success |
The Choice: 오늘 자 신문의 기사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 곳곳에 남은 총격전의 흔적, 현재 전력 수사 중' 이라는 제목입니다. 비교적 구석에 쓰여진 기사인데다 신문이 접혀있어 그것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내용을 모두 읽으려면 신문을 사야할 것 같습니다.
셰나 누네즈: 보고 들어온 게 없었는데. (신문을 하나 챙기고는 악세사리를 가볍게 훑어봤다.) 마음에 드는 건 없어?
셰나 누네즈: (바른 시민은 계산 먼저 하고 읽음.) (카운터 가서 계산함.)
진 리드포드: 음. (악세사리 코너에서 심오한 고민 함.)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잠시 매만지다 여우 귀 머리띠를 하나 집어든다.) 이거 써 볼 셰나 누네즈 찾습니다.
셰나 누네즈: (계산을 끝내고 신문을 펼쳐 구석에 쓰인 기사를 천천히 읽으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흠.
The Choice: (귀여워서 핸드아웃 보낼 타이밍 놓친 키퍼.)
진 리드포드: (안 바른 시민이라 바로 셰나 머리에 머리띠 씌워 버림.)
셰나 누네즈: (여우 귀 머리띠 때문에 신문 마저 못 읽고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봄.) (검은색 고양이 귀 머리띠 찾아서 씌워 줌.) 동점이네.
진 리드포드: (한 손으로 당신의 뒷 머리칼을 느릿하게 쓸더니 입술에 입술을 짧게 맞추었다 떼었다.) 잘 어울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냥 여유로운 미소.)
셰나 누네즈: ... (고개를 모로 기울인 채 눈썹 한쪽을 들어 보였다. 머리띠를 벗어 제자리에 가져다 두며 출구 쪽에 서서 신문을 읽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해. 아직 세 번 남은 거 알지.
진 리드포드: (한 쪽 입꼬리 올려 웃음. 잔잔한 웃음기 서린 음성으로 답함.) 바쁘신 것 같은데 됐네요. 불만 있으면 나한테만 집중하던가.
(어깨만 으쓱함.)
셰나 누네즈: 나는 네 시야 안팎에 있는데 뭘 질투를 해. (낮게 소리 내어 웃으며 기사가 보이지 않게 신문을 반으로 접었다. 델즈베리에서의, 그리고 네가 사라졌던 한 달. 그 이전의 기억은 마치 오려 낸 것처럼 비어 있었다. 그 공백이 불안했으나 구태여 드러내지 않았다. 옅게 미소를 띠고는 그에게로 한 손을 내밀었다.) 가자.
진 리드포드: 그냥, 그러고 싶었어.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의 자세 그 자체였을 뿐이다. 실없는 질투를 하고, 함께 평화로운 거리를 산책하고, 축제를 즐기고, 그런 사소하고 소중한 일상이 우리에겐 아예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냥 못내, 그런 평범한 연인 행세라도 해 보고 싶었나 보다. 정말 마지막이니까. ...어쩐지 머쓱해져서 하하하, 하고 실없는 웃음소리만 냈다. 신문에 구태여 눈길을 주지 않고 시선을 흘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그래, 가자. 노을이 오기 전에. (말을 아끼고, 눈을 감고, 다가오는 손을 맞잡을 뿐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설명되는 관계였으며, 그렇기에 사랑해 마지않았다.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셰나 누네즈: (차가운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끼고는, 느릿이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이따금 고개를 틀어 새하얀 뺨 위로 가볍게 입술을 몇 번 맞추고서야 놓아 주었다. 드물게 잘게 소리 내어 웃는 동시에 미소를 보이다 나란히 서서 중앙의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늘 그랬다.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알 방도는 없었으나 그게 무엇이든 한 걸음 뒤에 서서 이해하고자 노력이라도 할 뿐이었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최대한 모르는 체 무지를 보이는 것이었다.) 더 솔직해져 봐.
공원 중앙에 거대한 나무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나무 앞으로 다가서자 커다란 상자가 보입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나무」라고 세련된 글씨로 적여 있습니다.
종이에 소원을 써서 나무 앞 상자에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명과 함께요.
옆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색색의 종이와 펜이 올려져 있습니다.
The Choice: 바라는 일을 적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셰나 누네즈: (종이 한 장과 펜을 집어 그에게 건넸다.) 말하는 것보다 적는 게 나을 때가 있더라고.
진 리드포드: (당신이 소리 내어 웃는 것을 얼마 만에 보았던가. 심장을 짓누르던 불안들이 한순간 증발한 것 같았다. 그럼으로 다시금 절절히 느끼고야 마는 것이다. 얼마나 간절히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 그토록 좋아하던 기브 앤 테이크 원칙에 전혀 걸맞지도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도 않는, 한마디로 전혀 저답지 않은 단어. 그러나 이익과 손해의 영역, 그리고 이성적으로 설명되는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서 다만 당신을 사랑하고 말았음이다.)
(어찌 되었건 이미 늦었다. 감정의 앞에 무릎 꿇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자신을 패배자라 칭할 수 있을까. 이 미소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바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승리자라는 호칭은 또 가당키나 한가? 사랑, 승패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 그것에 기꺼이 패배하고야 만 한 사람이, 종이에 적을 말은 이미 정해져 있고도 남았다.)
(당신의 생각을 온전히 알 수는 없더라도, 그저 이 자리, 한 걸음 앞. 당신의 곁에 서서, 떠나지 않는 온기를 붙잡으며, 사랑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정의하고 또 새길 뿐이다. 아쉬움 한 점 남지 않도록, 남김없이.)
The Choice: 셰나 관찰력 롤 굴려주세요.
셰나 누네즈:Spot Hidden RollValue: | 75/37/15 |
Rolled: | 32 |
Result: | Hard |
몰래 011의 소원종이를 엿보자 '사랑하는 나의 ...' 이라 쓰인 글씨가 얼핏 보입니다. 곧 둘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아무래도 종이를 엿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011은 종이를 치우고 새 종이에 무언가를 적습니다.
셰나 누네즈: ... (눈치 살피면서 제 몫의 종이와 펜도 손에 쥠.)
진 리드포드: (다 적었는지 비교적 낮은 쪽에 있는 나뭇가지를 찾아 종이를 묶어 둠.)
셰나 누네즈: (기나긴 정적 속에서 종이에 쓸 말을 고민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을 일을 이토록 깊게 고민하다니, 괜한 생각에 잇새로 웃음이 샜다. 진 리드포드.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애틋한 이름을 새겨 넣었다. 이어질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작으나마 편해지길 바라는 이기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 이름에 어떠한 형용이나 수식은 감히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한참이나 종이를 들여다보다 그가 묶은 종이 옆에 제 것을 두었다.) 색다르네. 넣지 않고 묶는다는 게.
진 리드포드: (종이에 쓸 말을 고민하는 당신을 잠시 살피다, 이내 등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살과도 같은 속도로 지나간 시간이 단지 야속하기만 했다.)
음. (말소리에 반사적으로 다시 몸을 돌려 당신을 마주했다. 고개를 모로 살짝 기울였다.) 다른 소원들이랑 섞이는 것도 싫고. 너무 이기적이었나? 그냥 이렇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멋쩍게 웃었다.)
여튼,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 뭘 적었든, 뭘 바랐든. 진심으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조명이 하나 둘 켜지며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에 희미한 빛을 올려 보냅니다.
조명의 흰 빛이 서서히 어둠으로 흐트러지는 것을 시선으로 훑고 있는데 011의 입에서 망설이는 흔적이 뚝뚝 떨어지는 문장이 흘러나옵니다.
진 리드포드: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잠시 주저하다 손을 내밀었다.)
셰나 누네즈: (그의 시선을 쫓아 닿은 하늘에는 어느덧 거미처럼 어둑한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는 내게 삶이나 죽음 따위로 분류되는 존재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 기억이나 실체 같은 개념이 닿지 않는 어떤 차원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알맞는 대답을 찾지 못 했다. 그러므로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다를 것 없이, 그가 내민 손을 붙잡아 주며 대신 답을 전하는 것이다.)
이내 011은 008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은 설렘 탓인지 초조함 때문인지, ... 008은 물음을 내려다가 아무 말 않습니다.
어느새 외진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낡아 보이는 돌계단이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굳건히 서 있습니다. 이끼가 낀 회색의 계단을 올라가 보면,
푸르른 나뭇잎에 노을이 맺히고, 서서히 흐려지는 광경이 한 눈에 담깁니다. 화려한 축제의 불빛과 고요하게 스러져가는 햇살, 무슨 일이 있어도 변치 않을 진리 같은 것이 008의 머릿속을 가득 메웁니다.
아침부터 내내 그들 사이를 맴돌던 문장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
진 리드포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정리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떼어 나직히 말했다.)
경치가 좋아서..., 어쩌다 알게 된 이후로 가끔 찾았던 곳이야. 지금 보는 것처럼 항상 사람이 거의 없고.
아침부터 내내 그들 사이를 맴돌던 문장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 당신이 여기서 날 죽여도 아무도 모를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셰나 누네즈: 진. ... ... (눈을 느릿이 감았다 떴다.) 네가 무뎌질수록 내가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인지도 모르겠어. 너를 만나기 전의 나라면 내 감정을 용납하지 않았겠지. 어떻게 해서든 네 부탁을 납득하려 했을 거야. 물론 지금도 켜켜이 쌓아진 것들이 한 번에 녹아내릴 것이라고, 너를 설득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네 과오를 잊으라거나 덮어 주겠다는 말도 아니야. 단지, ... ... 그래. 적어도 내가 너를 향해 뻗은 연정의 형태는, 진, 언젠가부터 네가 나를 메마르도록 두질 않아. 이것이 네 방식이라면 이해할게. 그 상정방식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런데 이제 와서 너를 죽이란 말은 마.
진 리드포드: ... ...셰나. (두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짚었다.) 나도 이런 부탁 같은 것 하고 싶지 않았어.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전부 다 알아. 하지만..., 우리 전부를 위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야. (심장이 아렸다. 도리어 당신의 설득에 제 마음이 흔들리려 하는 것을.)
셰나 누네즈.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마지막으로 죽은 이후 돌아오지 않았어. 당신을 되찾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어. 어쩌면 내가 모르는 곳,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온 세계를 헤맸어.
하지만 알다시피, 현실은 늘 잔인하잖아.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어. 싸늘한 바람을 뚫고 계절을 건넜어.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다 만났어. 하지만 당신만은 보지 못했어. ...그래서, 난 차라리 당신이 없는 세상같은 건 버리기로 결심했어. 그러려고 했는데..., 거래를 하자더라, 그 목소리가. (헛웃음을 쳤다. 눈꺼풀이 가늘게 떨린다.)
당신을 내 앞에 되살려 주는 대신 조건이 있대. 그런데 그게 이 세상의 멸망이래. ...그게 다였어. 내가 더 뭘 할 수 있었겠어. (하, 자조한다. 돌연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한 이 세상은 멸망해. 그러면 당신도 나도 같이 죽고 말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늦기 전에, 나를 죽여. 셰나 누네즈.
잠시 동안 힘들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간만 흐르면 전부 괜찮아질 거야. (자기모순에 궤변 덩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었다.) 나를 죽이고, 이 세상을 지켜내. 사실 세상 따위는 멸망하든 말든 관심 없는데, 내가 저지른 죄에 당신이 휘말리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진 리드포드: (주저 없이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도 알아, 전부 내 아집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걸. 내 이기심으로 당신을 살려내고 또다른 고통만 낳았어.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 거라 믿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모든 건 당신을 사랑한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나를 죽여. 당신을 멋대로 사랑한 끝에 파국만 몰고 온 나를 단죄할 사람은 당신뿐이야. 알잖아. (고개를 숙였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음이다.)
사랑으로 멸망하는 세계라니, 우스운 문장입니다.
그런 011의 뒤로 아름답던 노을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노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멸망하고 있으니까요.
찬란한 풍경을 되새기며 008은 생각을 정리합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 살아날 수도 없다는 사실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형벌과도 같다고 생각했던 굴레가 실은 그리 끔찍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굴레 안에서는 적어도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요.
최악의 결말을 앞두고 서서히 숨을 골랐습니다.
호흡이 빛무리처럼 어둠에 닿아 흩어집니다. 이제 정말,
이제 우리 앞에는 검붉은 선택만이 남아 있습니다.
셰나 누네즈: (마주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두 뺨을 쓰다듬으며 칠흑과도 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끌어안았다. 자조하는 그와는 달리 한없이 다정하고 사랑이 어린 손길이었음이 자명하다.) 너도, 나도 정말 모순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게 네가 말하는 멸망이라면 그 통증마저도 사랑할게. 끝까지 원망을 안겨 주려 하지 마. 그리고 그건 네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니까 이기적이기도 해. 너만큼은, 진 리드포드. ... 내가 객관적으로 볼 대상이 아니었어. 그래서 어렵게 시도했다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내뱉을 수밖에 없게 만든 거야. 그럼에도 널 사랑해, 진. 내 박동을 기억해 달란 말을 할게. (정수리 위로 입술을 붙인 채 손가락을 굽혀 눈가를 닦아 주었다.) 너와 난 서로에게 너무 잘 무너져 내려. 네가 나를 갈망하는 것에만 확신이 선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겠지. ...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네 시선을 사랑했어. 감히 내가 담길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나를 봐 주길 원했어. 그러니 괜찮아, 진. 이런 황홀한 모순을 받아들여. 내가 보는 세상엔 네가 있어야 해. 활자의 새로운 나열 방식을 알려 줄... ... ... (사랑하는 나의, ... ... ... 입술이 굳게 닫혔다. 내리깐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내자.
세상 그 무엇보다도 널 사랑해.
진 리드포드: (뺨을 쓰다듬는 손길이, 머리칼에 닿는 당신의 감촉이, 견디기 힘들 만큼 다정해서 또 아팠다. 결국 나는, 당신의 앞에 무너지다 못해 밑바닥까지 파헤쳐 내보이고 마는구나. 이 무슨 추한 꼴이며 바라지 않았던 결과인가.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만 하는 눈물이, 당신의 손을 적셨다. 가슴에서 쥐어짜내듯 힘겹게 말을 이었다.) 사랑하지 않을 기회를, 준다는데. 주겠다는데. 멸망에서 도망칠 기회를 주겠다고 해도. 왜 그런 선택을 해, 바보 같이. 난 더 내보일 밑바닥도 없는데, 이게 끝인데... ...
(당신의 품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나약해지는 자신을 실감했다. 멸망은 아팠으나 역설적으로 달콤했다. 사랑 또한 그렇듯이.) 셰나. ...셰나. 셰나. 내 입술은 이 단어만 담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당신은 내 모든 법칙을 허물어내고,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발견하게 한 유일한 사람이야. 당신이 곧 나의 유일이고 영원이었어.
당신을 사랑해, 셰나. 이 박동을..., 머리에 새기고, 심장에 새기고, 내 영혼에 새길게. 난 당신과 함께 박동하고, 전율하고, 죽고 살게 될 거야. (정수리에 닿는 입술의 감촉을 느끼며 당신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쩌면 상극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지.
봐,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당신을 갈망하고, 당신에게만 전율하고, 당신의 소유일 때에만 온전해. ...당신이 곧 나의 세상이고, 나의 시간이야.
그러니 말할게. 당신을 사랑해. 나 자신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감히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땅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난무합니다.
저 멀리, 무너지기 시작한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하늘에는 금이 가고, 지금까지 그들이 존재했던 장소가 산산이 조각납니다.
공간에도 파편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세상의 파편이 눈 앞을 메우고 또 흩어집니다.
한없이 어지러운 세상에도 011의 얼굴은 평온합니다.
두 사람은 무너져 가는 세계에도 서로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런 그들을 비난하듯, 파편이 유난히 거세게 내립니다.
파편 사이로 한 달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서서히 가까워집니다.
그 흑색의 눈동자가, 그 냉정한 눈길이 열감을 띠고 불온해지던 순간이, 예의상 미소짓던 입가에 진실된 웃음이 어리던 찰나가.
이대로 모든 게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거세게 타오를 무렵,
입술에 따뜻한 것이 닿아 스치고 이내 거세어지는 감각이 사무치게 생생합니다.
011은 조심스럽게 008의 뺨을 매만지며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 당신에게 내 찬란한, 최고의 순간을 선물할게. 나의 참혹한 최악까지 함께해 줄 당신이니까. ”
008은 꿈결처럼 스러지는 말을, 011을 붙잡고 끌어안고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돌려 주었습니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그 끝에 우리가 손을 잡고 있다면,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면,
그 멸망마저도 사랑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너를 기꺼이 맞아, 품에 그득하게 끌어안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문득, 주변이 무척 고요해 집니다.
이윽고 폭죽 소리가 수 차례 들려 옵니다. 하늘로 시선을 옮기자 상처도 파편도 찾아볼 수 없이 아름다운 색색의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멸망의 비명은 사라지고 환호성이 빈 자리를 채웁니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멸망하는 세계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았고, 그 어떤 단어에도 흔들리지 않을 감정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011의 죽여 달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끝내 깨달았습니다.
그 처절한 부탁은, 나를 ___해 달라는 애원이었음을.
Ending 2, Love me. Darling.
Your Choice: 클리어보상 SAN+1d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