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습니다.깊은 어둠 속으로, 어쩌면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앞을 바라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꽁꽁 묶여있는 것만 같은...... ...아니요, 그것보다는 움직일 몸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정확할 겁니다.애초에 당신에게 몸이라는 것이 있던가요?당신의 이름이나 기억 같은 것이 자꾸만 흐려져 가는 가운데 왼쪽 어깨가 무척 화끈거립니다.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나길 빌며 내지를 수 없는 비명을 삼키고 있을 때,당신은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빛을 마주합니다.너무 깊은 수면에서 벗어난 참이기 때문인지 몸이 둔하고 시선이 흐릿합니다.평소처럼 진과 함께 살던 저택에서 깨어났다는 것만은 확실한데,...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당신은 그의 이름을 되뇌이며 ..
시작하죠.008은 서서히 눈을 뜹니다.자신이 알던 델즈베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를 오갑니다. 지금껏 수없이 마주했던 서른 남짓한 이들이 아닌, 모르는 얼굴이 가득합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알 방도가 없습니다, 008의 머릿속에서 의심과 불안 같은 것이 서서히 피어오릅니다.오늘도 델즈베리는 평화롭습니다.011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요.008은 011을 찾기 위해 온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008이 완벽한 도시에서 깨어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발신인은 011이군요.[내일 시간 있어?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싶은데.]휘몰아치는 감정을 하나 둘 갈무리하고, 008은 011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합니다.The Choice: 문자에 ..
오늘도 진득한 혈향이 코를 맴도는 거리를 익숙하게 걸어갑니다.이번 임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 걸까요.빛 하나 들지 않는 이 회색 지대에서 당신은 모든 것에 무뎌질 대로 무뎌졌으니까.문득 고개를 들어 눈에 담은 새카만 밤하늘에는 이질적일 정도로 환한 별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당신은 걸음을 멈춰 서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눈을 감습니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의 진동이 울립니다. 꺼내어 확인해보면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있습니다.[추가 지령 전달. 속히 본부 복귀 요망.]... ...답지 않게 감상에 사로잡혔군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때입니다.본부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서 당신을 발견한 상관 한 명이 다가옵니다.조직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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